한눈에 보기
- 제어반에서 받는 것은 전압·전류 파형 한 벌이지만, 목적에 따라 전원특성·스펙트럼·토크 세 갈래로 다시 읽습니다.
- 전원특성은 판정 대상이 아니라 판정이 놓인 조건입니다. 전원이 흔들리면 모터 결함과 비슷한 자리에 성분이 서기 때문입니다.
- 스펙트럼은 모터 안쪽을, 토크는 모터가 돌리는 기계를 봅니다. 셋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검산하는 관계입니다.
모터진단은 전압·전류를 세 갈래로 읽는다
제어반에서 받아 오는 것은 전압과 전류, 시간에 따라 오르내리는 파형 한 벌뿐입니다. 그런데 진단 결과에는 들어오는 전기의 상태도, 모터 안쪽의 상태도, 모터가 돌리는 기계의 상태도 함께 나옵니다. 같은 파형을 세 가지 방식으로 다시 읽기 때문입니다. 세 갈래가 각각 어떤 질문에 답하고, 어디서 서로를 받쳐 주는지 정리했습니다.
왜 한 벌의 파형을 세 번 읽나
활선 상태의 전압·전류에서 계통과 모터와 부하기계의 상태를 함께 읽어 내는 방식을 전기 신호 특징 분석(ESA, Electrical Signature Analysis) 이라 부릅니다. 그중 전류를 주파수로 펴서 모터 결함을 가려내는 부분이 MCSA(Motor Current Signature Analysis) 입니다.
전압·전류를 시간 흐름대로 그려 놓으면 정현파 한 줄로 보입니다. 결함이 남기는 흔적은 이 큰 파형에 견주면 매우 작아서 그대로는 묻힙니다. 그래서 같은 자료를 목적에 따라 다르게 가공합니다. 세 갈래는 서로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답하는 질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갈래 | 답하는 질문 | 보는 대상 |
|---|---|---|
| 전원특성 POWER | 지금 이 모터에 어떤 전기가 들어가고 있나 | 계통 쪽 — 주파수·실효치·위상·왜곡·잡음 |
| 스펙트럼 SPECTRA | 모터 안쪽에서 무엇이 나빠지고 있나 | 모터 자체 — 고정자 권선·회전자·베어링 등 |
| 토크 TORQUE | 모터가 돌리고 있는 쪽은 어떤가 | 부하기계 — 펌프·팬·압축기·동력전달 계통 |
① 전원특성 — 판정이 아니라 판정이 놓인 조건
첫 갈래는 잰 그 순간 이 모터에 어떤 전기가 들어가고 있었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전원 주파수, 상별 실효치(RMS), 상 사이의 위상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파형이 정현파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나타내는 총고조파왜형률(THD, Total Harmonic Distortion) 과, 신호와 잡음·왜곡을 모두 합한 실효치를 잡음·왜곡만의 실효치와 견준 SINAD 도 함께 봅니다. 분자에 신호만 두는 것이 아니라 받은 것 전체를 두기 때문에, 잡음이 아무리 커져도 이 값은 0dB 아래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 값들은 모터의 판정 결과가 아닙니다. 판정 결과에 함께 붙는 조건표입니다. 왜 조건표가 필요한가 — 들어오는 전기가 흔들리면 그 흔들림이 전류에 실려 들어와 모터 결함과 비슷한 자리에 성분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상간 전압이 어긋나 있으면 전류 쪽에도 그에 따른 성분이 생기고, 이것을 모터 결함으로 읽으면 멀쩡한 모터를 세워 뜯게 됩니다.
거꾸로도 말이 되는지 되짚어 봅니다. 모터가 나빠지면 전원특성이 나빠질까요. 대체로 그렇지 않습니다. 상용 전원에 직접 물린 유도전동기 한 대가 계통 전체의 왜곡을 좌우하는 일은 드뭅니다. 다만 그 모터가 해당 계통 용량에서 큰 몫을 차지하거나 인버터로 구동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상용 전원에 직결된 보통의 경우라면 두 값을 한 방향으로만 읽습니다 — 전원특성이 스펙트럼 해석의 신뢰도를 정하지, 그 반대가 아닙니다. 바로 앞에서 든 예외에 해당하는 계통에서는 이 방향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전원 쪽 왜곡이 그 모터에서 나온 것인지부터 따로 가려야 합니다.
② 스펙트럼 — 시간에 묻힌 것을 주파수로 꺼낸다
둘째 갈래는 전류를 주파수별로 늘어놓아, 어느 주파수에 얼마만한 성분이 서 있는지 보는 것입니다. 시간 흐름대로 본 파형에서는 기본파가 워낙 커서 나머지가 묻히지만, 주파수로 펴 놓으면 작은 성분도 자기 자리에 따로 섭니다.
크기는 절대 전류값이 아니라 기본파를 기준으로 한 상대 크기(데시벨)로 봅니다. 절대값으로 두면 변류기(CT) 비가 다르거나 정격이 다른 모터끼리 견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본파 기준으로 바꿔 놓아도 부하율 차이까지 지워지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잴 때의 운전 조건을 맞춰서 다뤄야 하는 몫이며, 뒤에서 다시 짚습니다.
여기서 걸리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많은 결함 주파수는 전원 주파수가 아니라 실제 회전속도에 매여 있습니다. 그런데 유도전동기의 회전속도는 고정된 값이 아닙니다. 동기속도와 실제 속도의 차이를 동기속도로 나눈 값인 슬립(Slip) 은 크기가 아니라 비율(무차원)이며, 부하가 무거워질수록 커집니다. 슬립이 커지면 실제 회전속도는 그만큼 동기속도에서 떨어지므로, 같은 모터라도 무겁게 돌 때와 가볍게 돌 때의 회전속도가 다릅니다. 회전속도를 모르면 어느 자리를 봐야 할지부터 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속도계를 달지 않고 전류에서 회전속도를 먼저 끌어냅니다. 회전자 겉면에는 도체 막대가 들어가는 홈(슬롯)이 촘촘히 파여 있어, 회전자가 한 바퀴 도는 동안 공극의 자기적인 형편이 슬롯 수만큼 주기적으로 달라집니다. 그 흔적이 기본파에서 한참 떨어진 높은 대역에 회전자 슬롯 고조파로 섭니다. 이 성분이 서는 자리는 회전자 슬롯 수와 실제 회전속도가 함께 정하므로, 슬롯 수를 알고 있으면 선 자리를 거꾸로 되짚어 회전속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기본파 바로 양옆에 대칭으로 서는 성분은 이것과 다른 것이라 속도 산출에 쓰지 않습니다. 그쪽은 회전자 쪽에 결함이 있을 때 두드러지는 성분이고 기본파와의 간격도 회전속도가 아니라 슬립에 매여 있어, 결함이 없는 모터에서는 잡을 만큼 서지도 않습니다. 속도를 구하고, 그 속도로 볼 자리를 정하고, 그 자리의 크기를 읽는 순서입니다. 결함마다 서는 자리가 다르며, 부위별로 어디를 어떻게 짚는지는 각각 따로 다룹니다.
③ 토크 — 모터가 아니라 모터가 돌리는 것
셋째 갈래는 전압과 전류에서 공극(air-gap) 토크를 추정해 내어, 그 파형과 주파수를 보는 것입니다. 모터 자체는 멀쩡한데 모터가 돌리고 있는 기계 쪽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임펠러에 이물이 끼거나, 날개가 손상되거나, 벨트가 늘어나거나, 커플링·감속기가 상하는 식입니다.
이름을 정확히 붙여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전압·전류에서 얻는 것은 공극에서 만들어지는 토크의 추정치이지 축 끝에 실제로 걸리는 토크가 아닙니다. 베어링 마찰과 풍손, 그리고 속도가 변할 때 회전체가 먹고 내놓는 관성분이 그 사이에 끼어 있어 두 값은 같지 않습니다. 절대값을 그대로 축 토크로 옮겨 적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다만 이 갈래에서 정작 보는 것은 절대값이 아니라 맥동이 어느 주기로 오르내리는가이고, 빠진 몫들은 속도 변동이 작은 정상 운전에서는 크게 출렁이지 않아서, 회전에 맞춰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성분을 가려내는 데는 지장이 적습니다. 거꾸로 기동·정지처럼 속도가 크게 오르내리는 구간에서는 관성분이 그대로 실려 오므로, 그 구간의 값은 같은 잣대로 읽지 않습니다.
이런 이상은 축에 걸리는 힘이 회전에 맞춰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그 맥동은 전류에도 실리기는 하지만 여러 성분에 나뉘어 실려 스펙트럼에서는 흐릿해지기 쉽습니다. 전압과 전류를 함께 써서 토크로 환산하면 부하기계가 만든 맥동이 하나의 값으로 모여 드러납니다. 같은 원천에서 나온 신호라도 변수를 다르게 묶으면 묻혀 있던 것이 올라옵니다.
여기서도 방향을 되짚어야 합니다. 부하가 무거워지면 전류가 늘어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전류가 늘었다고 해서 부하기계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정이 바뀌어 정상적으로 무거워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크기가 아니라 맥동의 주기를 봅니다. 임펠러 날개나 기어에서 온 맥동은 축 한 바퀴에 정해진 횟수만큼 나타납니다. 축 회전수의 정수배 자리에 서므로, 그 배수가 날개 수와 맞는지 잇수와 맞는지로 어느 쪽에서 왔는지 가릅니다. 벨트 쪽은 잣대가 다릅니다. 벨트가 한 바퀴 도는 주기는 풀리 지름과 벨트 길이의 비로 정해져 축 회전수의 정수배가 되지 않고, 대개 축 회전수보다 낮은 자리에 섭니다. 그래서 정수배로 설명되지 않는 낮은 주기가 잡히면 벨트·풀리 쪽을 먼저 봅니다.
다만 주기가 잡힌다는 것만으로는 결함이 아닙니다. 멀쩡한 펌프·팬도 날개가 케이싱을 지나며 날개 수만큼의 맥동을 만들고, 멀쩡한 감속기도 잇수만큼의 맥동을 만듭니다. 결함이 아니라 구조에서 나오는 성분입니다. 다만 이 성분이 공극토크 추정치에서 늘 보일 만큼 뜨는 것은 아닙니다. 부하율이 낮아 맥동 자체가 작거나 계측 감도가 모자라면 다른 성분에 묻혀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하가 어느 정도 실린 상태에서 잰 값끼리라는 전제를 두고, 판정은 있고 없고가 아니라 크기가 어떻게 달라졌는가로 합니다. 같은 운전 조건에서 잰 예전 값과 견주어, 특정 주기의 성분만 두드러지게 올라섰는지를 봅니다. 공정이 바뀌어 정상적으로 무거워진 경우라면 부하가 전체적으로 올라가되 어느 한 주기에만 변화가 몰리지는 않습니다. 그 차이가 판단의 갈림길입니다. 모터를 갈아 끼웠는데 같은 증상이 되풀이되는 경우가 대개 이 갈래에 해당합니다.
셋을 함께 놓으면 서로를 검산한다
세 갈래를 나란히 놓는 것이 ESA 방식의 뼈대입니다. 실익은 같은 현상을 다른 창으로 두 번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스펙트럼의 어느 자리에서 데시벨이 크게 올라섰다고 해서 곧바로 결함은 아닙니다. 갈 수 있는 길이 여럿입니다.
- 전원특성이 함께 나빴다 — 들어온 전기가 만든 성분일 수 있습니다. 전원이 안정된 시간대에 다시 재어 봅니다.
- 토크 쪽에도 같은 주기가 잡힌다 — 모터 안쪽이 아니라 돌리고 있는 기계 쪽을 먼저 봅니다.
- 어느 쪽에도 함께 잡히지 않는다 — 이때 「토크에 없으니 모터 결함」이라고 읽으면 안 됩니다. 회전자봉이나 편심처럼 모터 안쪽에서 생기는 결함도 회전에 맞춰 토크를 흔듭니다. 회전자봉 쪽은 슬립에 매인 느린 주기로, 편심은 회전 주기에 맞춰 맥동을 남기며, 공극토크 해석은 오히려 이런 결함을 짚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토크 쪽에 안 잡혔다면 결함이 아직 얕거나 부하율이 낮아 맥동이 묻힌 것일 수 있으므로, 토크에 없다는 사실을 모터 결함의 근거로 삼지 않습니다. 대신 선 자리가 회전속도로 설명되는 결함 주파수와 맞는지를 확인합니다. 맞으면 모터 결함 쪽으로 읽고, 어느 결함 주파수에도 맞지 않거나 세 상에서 서로 다르게 나온다면 그때 계측 경로를 의심합니다. 변류기 결선이나 신호선 상태가 흔한 원인입니다.
진단 결과를 정리할 때는 모터부 → 기계부 → 전력부 순으로 놓고, 그 옆에 잰 순간의 전원 환경을 조건으로 붙입니다. 결과가 「이상 있음·없음」이 아니라 등급과 남은 기간으로 나오는 것, 그리고 보고서가 무엇을 담는지는 각각 따로 다룹니다.
세 갈래로도 보이지 않는 것
- 서 있는 모터는 보이지 않습니다. 세 갈래 모두 운전 중의 전압·전류가 원천이라, 설비를 세워 놓고 재야 하는 항목은 대상이 아닙니다. 정지 상태에서 절연저항으로 재는 고정자 권선의 대지 절연이 그런 예입니다. 스펙트럼이 보는 고정자 쪽 흔적은 운전 중 전류에 나타나는 권선 이상이지, 절연저항 그 자체가 아닙니다.
- 부하율이 낮으면 흔적도 작아집니다. 게다가 부하율이 달라지면 슬립이 달라져 결함 주파수가 서는 자리까지 옮겨 갑니다. 가볍게 돌 때 잰 값과 무겁게 돌 때 잰 값을 같은 선에 올려놓고 견주면 안 됩니다. 되풀이해 잴 때 운전 조건을 맞춰야 하는 이유입니다.
- 한 번의 계측은 그 순간일 뿐입니다. 나빠지고 있는지 그대로인지는 같은 조건으로 여러 번 재어 변화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 전기 쪽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이상은 잡히지 않습니다. 진동·소음·온도를 직접 재는 방식과는 대신하는 관계가 아니라 겹쳐 쓰는 관계입니다.
정리
- 제어반에서 받는 것은 파형 한 벌이지만, 그것을 전원특성·스펙트럼·토크 세 갈래로 다시 읽습니다.
- 전원특성은 판정 대상이 아니라 판정이 놓인 조건입니다. 전원이 흔들리면 모터 결함과 비슷한 자리에 성분이 서기 때문입니다.
- 스펙트럼은 모터 안쪽을 봅니다. 많은 결함 주파수가 회전속도에 매여 있어 회전속도를 먼저 구해야 볼 자리가 정해집니다.
- 토크는 모터가 돌리는 기계를 봅니다. 부하 크기가 아니라 맥동의 주기로 출처를 가리고, 그 주기의 성분은 정상 설비에도 구조상 생기므로, 부하가 실린 상태에서 잰 값끼리 크기가 얼마나 달라졌는가로 판정합니다.
- 세 갈래는 대체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검산하는 관계입니다. 한 갈래만 보면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읽기 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