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기
- 사고기록장치는 사고가 나야 일하므로, 신호 하나가 죽어 있어도 사고 전까지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값이 0이어도 그 회선이 정지 중이면 맞는 값이라 화면만으로는 갈리지 않습니다.
- 인출단에서 계측 카드 채널까지의 번호가 한 줄로 이어져 있어야, 반을 열기 전에 볼 자리를 좁힐 수 있습니다.
- 준공 때 잰 값은 잰 날의 계통 상태와 함께 적어 두어야 몇 해 뒤에 쓸 수 있습니다. 계통이 달라져 있으면 값이 달라도 장치 이상이 아닙니다.
기록장치 유지보수 — 무엇을 남겨 두나
사고기록장치(DFR)는 평소에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만 일합니다. 그래서 신호 하나가 죽어 있어도 사고가 날 때까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고가 나서 알게 되면 이미 늦습니다 — 정작 그 사고의 기록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지보수는 그 사이를 메우는 일이고, 메우는 도구는 장비가 아니라 미리 적어 둔 문서입니다.
말이 없는 설비
펌프는 서면 바로 압니다. 밸브도 안 열리면 그 자리에서 드러납니다. 사고기록장치는 그렇지 않습니다. 수십 점을 받고 있는데 그중 한 점의 전압 입력이 단자에서 빠져 있어도, 화면은 조용하고 경보도 뜨지 않습니다.
여기서 점은 신호 하나, 곧 계측 카드의 채널 하나에 배정된 입력 하나를 말합니다. 빠진 전압 입력의 값은 대개 0 근처에 내려앉습니다. 그런데 그 회선이 마침 정지 중이었다면 0이 맞는 값입니다. 화면만 봐서는 「죽은 점」과 「쉬고 있는 회선」이 구분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다른 설비와 갈리는 지점입니다. 기록장치는 고장을 스스로 알리지 못하는 상태로 몇 해를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설비의 유지보수는 두 가지 일로 갈립니다. 하나는 평소에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확인할 수 있게 미리 적어 두는 일입니다. 뒤엣것이 없으면 앞엣것을 할 수 없습니다. 대조할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점이 지나오는 자리
확인은 「이 점이 어디를 지나 여기까지 왔는가」에서 시작합니다. 신호 한 점은 현장에서 카드에 닿기까지 여러 번 갈아탑니다.
갈아타는 자리마다 번호가 붙습니다. 케이블 번호, 외함 단자대의 이름과 단자 번호, 신호 조절부(컨디셔너 — 계기 2차 신호를 카드가 받을 수 있는 크기로 맞춰 주는 부분)의 포트 번호, 그리고 계측 카드의 슬롯·포트·채널 번호입니다. 이 번호들이 한 줄에 나란히 적혀 있어야 되짚을 수 있습니다.
줄이 끊겨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가 이 문서의 값어치를 말해 줍니다. 표가 없으면 반을 열어 선을 하나씩 당겨 보는 수밖에 없고, 통전 중인 반에서 그 작업은 오래 걸리며 위험합니다. 표가 있으면 「이 점은 저 단자대 3번, 조절부 두 번째 포트, 2번 카드의 몇 채널」까지 앉은자리에서 나옵니다. 반을 여는 것은 볼 자리를 좁힌 뒤의 일이 됩니다.
보수 문서가 네 갈래로 나뉘는 이유
사고기록장치의 보수 문서는 대개 네 묶음으로 나뉩니다. 나누는 까닭은 분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들어오는 신고가 네 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신고를 듣는 순간 어느 묶음을 펴야 하는지가 정해지도록 갈라 놓은 것입니다.
| 묶음 | 답하는 질문 | 이런 신고에 편다 |
|---|---|---|
| 신호목록 | 무엇을 몇 점 받고 있나 | 「이 회선이 화면에 아예 없다」 |
| 신호인출 | 그 신호를 현장 어디서 뽑아 왔나 | 「값이 계속 0이다」 |
| 신호결선 | 뽑은 신호가 어느 번호를 타고 카드까지 왔나 | 「옆 회선 값이 여기 뜬다」 |
| 외부통신 | 밖으로 무엇을, 어느 상대에게 내보내나 | 「상위 시스템에서 안 보인다」 |
네 묶음을 한 표에 몰아넣으면 어느 것도 못 찾습니다. 한 줄이 지나치게 길어져 정작 필요한 칸이 화면 밖으로 밀려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너무 잘게 쪼개면 같은 번호를 여러 표에 옮겨 적게 되고, 그때부터 표끼리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어긋난 표 두 장은 표가 없는 것보다 나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확인하는 일이 새로 생기기 때문입니다.
신호목록을 어떤 기준으로 짜는지, 신호 하나마다 무엇을 정해 두어야 하는지, 밖으로 내보내는 항목을 어떻게 고르는지는 각각 따로 다룹니다. 여기서는 그런 묶음이 있어야 한다까지만 적었습니다.
준공 때 잰 값을 옆 칸에 적어 둔다
기록장치는 자기 값이 맞다고 말해 주지 않습니다. 대조할 기준이 따로 있어야 하고, 가장 쓸 만한 기준은 준공 시험 때 실제로 잰 값입니다. 정해진 크기의 입력을 걸었을 때 그 점에서 얼마가 읽혔는지를 점마다 한 칸씩 적어 둡니다.
몇 해 뒤 같은 자리를 다시 재서 그때 값과 견주면, 지금 읽히는 값이 원래 그런 값인지 달라진 값인지가 갈립니다. 카탈로그의 규격 범위만으로는 이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결선 길이, 계기 2차 쪽에 물린 부담, 조절부 개체 차이 때문에 점마다 조금씩 다른 것이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규격 안에 들어 있다고 안심하면 「전에는 달랐다」를 놓칩니다. 그리고 기록장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대개 규격을 벗어난 값이 아니라 전과 달라진 값입니다.
손댄 자리는 그날 표에 남긴다
준공 상태 그대로 몇 해를 가는 현장은 드뭅니다. 회선이 늘고, 릴레이가 바뀌고, 쓰지 않게 된 점이 생깁니다. 표에서 이 자리들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 언제 늘어난 점인가 — 준공분과 증설분을 표에서 구분해 둡니다. 값이 이상한 점이 죄다 같은 시기의 증설분이면, 개별 결선이 아니라 그때의 작업을 먼저 의심하게 됩니다.
- 어느 장치에서 온 점인가 — 옛 장치를 새 장치로 바꾸는 동안에는 두 장치가 같은 신호를 나눠 받는 기간이 생깁니다. 어느 점이 어디서 왔는지 적어 두지 않으면, 두 장치의 기록이 서로 어긋날 때 어느 쪽이 맞는지 가릴 수 없습니다.
- 비어 있는 점은 왜 비어 있나 — 처음부터 예비로 남겨 둔 자리와, 쓰다가 뗀 자리는 다릅니다. 뗀 자리는 케이블이 아직 물려 있을 수 있습니다. 예비 회선을 왜 남겨 두는지는 따로 다룹니다.
표를 고치는 시점은 손댄 그날입니다. 나중에 몰아서 고치면 순서와 이유가 기억나지 않고,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낡은 표를 믿고 작업합니다. 문서와 실물이 어긋나는 순간, 문서는 도움이 아니라 함정이 됩니다. 반 안에 붙은 실물 라벨과 표의 이름이 같은지도 이때 함께 봅니다.
값이 이상할 때 되짚는 순서
표가 갖춰져 있으면 확인에 순서가 생깁니다. 아래 셋은 반을 열기 전에 앉은자리에서 하는 것들입니다.
- 그 점만인가, 여럿인가. 같은 카드나 같은 단자대에 물린 점들이 함께 이상하면, 개별 결선보다 공통 쪽 — 조절부 전원, 카드, 공통선 — 을 먼저 봅니다. 한 점만 이상하면 그 점의 줄을 따라 내려갑니다. 이 갈래를 처음에 두는 이유는, 여기서 갈리는 것만으로 볼 자리가 수십 점에서 한두 곳으로 줄기 때문입니다.
- 0에 가까운가, 엉뚱한 값인가. 전압으로 받는 계통에서 입력이 끊기면 값은 0 쪽으로 내려앉습니다. 0 근처면 인출단에서 단자까지의 끊김을, 다른 점의 값처럼 보이면 채널 배정을 의심합니다. 다만 그 회선이 정지 중이면 0이 맞는 값이므로, 회선이 살아 있는 시각의 값으로 봐야 합니다.
- 늘 붙어 있거나 늘 떨어져 있는가. 디지털 입력이 한쪽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접점 자체와, 접점의 열림·닫힘을 판별하는 직류 전원을 함께 봅니다. 차단기 상태를 어디서 어떻게 받아오는지는 따로 다룹니다.
여기까지로 갈리지 않으면 그때 준공값 표를 꺼내 같은 자리를 다시 잽니다. 이 단계에서는 반을 열게 되므로, 앞의 세 가지로 볼 자리를 좁혀 두는 것이 그대로 작업 시간과 위험을 줄이는 몫이 됩니다.
관리되고 있다는 것의 뜻
기록장치의 값어치는 설치한 날이 아니라 사고가 난 다음 날 증명됩니다. 그날 필요한 것은 파형 한 장이 아니라, 그 파형이 어느 회선의 어느 상인지에 대한 답입니다.
표를 펴서 그 답을 몇 분 안에 낼 수 있으면 관리된 것입니다. 반대로 파형은 남았는데 그것이 어디서 온 신호인지 대기 어렵다면, 장치는 돌고 있었지만 기록으로서는 쓰이지 못합니다. 유지보수에서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쪽이 장비가 아니라 문서인 이유가 이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