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분석, 무엇을 얼마나 재는가
한눈에 보기
- 여섯 묶음
- 전력 감시는 사용량이 아니라 여섯 묶음의 값을 동시에 보는 일이다
- 원인과 결과
- 한 가지 값만으로는 원인과 결과를 가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규격
- 무엇을 어떻게 잴지는 IEC 측정 규격이 정한다— 규격별 역할과 판은 본문 끝에 정리했다
전력 감시는 사용량을 세는 일이 아닙니다. 전력, 전압과 전류, 위상, 고조파, 파형과 변동, 세 상(相)의 균형 — 여섯 묶음을 동시에 보는 일입니다. 왜 이렇게 많이 재야 하는지, 묶음마다 무엇을 알아내는지 정리했습니다.
판까지 확인한 것은 IEEE 1159-2019, IEC 61000-4-30:2025, IEC 61000-4-7:2002+A1:2008, IEC 61000-4-15:2010 네 가지이며, 현행 여부는 2026-08-25 에 확인했습니다. 다만 판번은 그대로 두고 내용만 바로잡는 정정판이 따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규격은 개정되므로 적용 시 발행기관에서 최신 상태를 다시 확인하십시오.
요금이 무엇을 기준으로 매겨지는지는 전기공급자의 공급약관 (한국전력에서 공급받는 경우 「기본공급약관」)이 정하며, 이 글은 그 내용을 옮기지 않았습니다. 기준이 되는 값·계산 방식·단가는 계약종별과 약관 개정 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요금을 따져야 한다면 적용받는 계약의 현행 약관 원문을 직접 확인하십시오. 이 글은 감시 쪽에서 어떤 값을 기록해 두어야 나중에 그 계산을 할 수 있는지까지만 다룹니다.
왜 이렇게 많이 재는가
지락이나 과전류처럼 한 값만으로 판별되는 사고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압이 내려앉은 것이 밖에서 들어온 일인지 우리 쪽 부하가 만든 일인지, 파형이 일그러진 것이 고조파를 내는 부하 탓인지 계통이 약한 탓인지는 값 하나로는 갈리지 않습니다. 같은 시각에 잰 여러 값을 나란히 놓아야 앞뒤가 정해집니다.
그래서 전력품질 감시 장비는 한 지점에서 수십 가지 값을 동시에 계산합니다. 크게 나누면 여섯 묶음입니다.
묶음별로 무엇을 알아내나
| 묶음 | 무엇이 보이나 |
|---|---|
| ① 전력 | 실제로 일한 몫(유효전력)과 일 없이 오간 몫(무효전력), 그리고 설비가 흘려보낸 전체 크기(피상전력)를 나눠 봅니다. 역률은 피상전력에 대한 유효전력의 비이며, 이 비가 작을수록 역률이 나쁩니다. 고조파까지 함께 포함해 이렇게 잡은 값을 총역률이라 하고, 위상차만으로 정해지는 변위역률(cosθ) 과는 구분합니다. 파형이 정현파에 가까운 계통에서만 둘이 거의 같아집니다. |
| ② 전압 · 전류 | 크기만이 아니라 위상까지 함께 봅니다. 전압은 중성점이 있는 계통이라면 도체와 중성점 사이를 잰 상전압과 도체 둘 사이를 잰 선간전압(선전압)으로 나뉘어 나옵니다. 3상3선 델타처럼 중성점이 없는 계통에서는 실제로 잴 수 있는 것이 선간전압뿐이라, 상전압은 장비가 계통 안쪽에 가상의 중성점을 잡아 셈해 냅니다. 델타 결선에서 흔히 말하는 상전압(권선 양단 전압)과는 다른, 계산으로 만들어 낸 값입니다. 전류를 — 기본파(정현파) 기준으로 — 전압과 같은 위상으로 흐르는 몫(유효분)과 90° 어긋나 흐르는 몫(무효분)으로 나누면, 크기가 같은 전류라도 부하가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지 무효분만 오가고 있는지가 갈립니다. |
| ③ 위상 | 한 상의 전압과 그 상 전류가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입니다. 변위역률(cosθ) 저하와 직결되고, 세 상이 서로 몇 도씩 벌어져 있는지를 보는 상(相)별 위상은 결선 오류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모든 결선 오류가 위상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
| ④ 고조파 | 차수별 크기와 총합 — 총고조파왜형률(THD) — 을 봅니다. 인터하모닉은 정수배가 아닌 성분으로, 대표적으로 인버터가 많은 계통에서 나타나며, 아크로·용접기처럼 부하가 빠르게 변하는 설비도 원인이 됩니다. 사이클로컨버터는 출력 주파수가 전원 주파수와 정수 관계가 아니어서 인터하모닉이 생깁니다. |
| ⑤ 파형과 변동 | 성질이 다른 두 가지가 함께 들어갑니다. 피크값·크레스트 팩터는 한 주기 안에서 파형이 얼마나 뾰족한지를 보는 값이라, 실효치는 정상인데 순간적으로 튀는 경우를 잡습니다. 플리커가 잡는 것은 파형의 일그러짐이 아닙니다. 부하 변동 등으로 실효치 자체가 1초에도 여러 번 오르내리는 것은 전압 변동이고, 플리커는 그 전압 변동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조명 깜빡임으로 느껴지는 정도를 사람의 시감(視感)에 맞춰 수치로 바꾼 값입니다. 그래서 같은 크기로 흔들려도 흔들리는 빠르기에 따라 값이 달라집니다. |
| ⑥ 세 상(相)의 균형 | 세 상의 전압·전류를 정상분·역상분·영상분으로 나눠 봅니다. 세 상이 고르게 나뉜 몫이 정상분이고, 불평형을 나타내는 것은 역상분입니다. 여기에 더해 중성선이나 접지로 돌아갈 길이 있는 계통에서는 영상전류도 함께 나타납니다. 돌아갈 길이 없는 3상3선 계통에서는 영상전류가 흐르지 못하므로 전류 쪽 불평형은 역상분으로 봅니다(영상전압은 이와 별개로, 지락을 잡는 데 따로 씁니다). 불평형률은 정상분에 대한 역상분(또는 영상분)의 비로 나타내며, 어느 쪽이 큰지에 따라 원인이 갈립니다. |
전력은 하나가 아니라 셋이다
「전력」이라고 하면 보통 한 가지 값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셋을 함께 봐야 합니다. 한 상의 전압과 그 상 전류 사이의 위상차(θ) 에 따라 같은 전류라도 실제로 한 일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의 식은 한 상 기준입니다.
식의 V·I 는 그 상의 상전압과 상전류이고,
θ 도 그 둘 사이의 위상차입니다.
cosθ·sinθ 가 들어가는 유효전력과 무효전력의 식은
파형이 정현파에 가까운 계통을 전제로 한 것이고,
피상전력 쪽은 파형과 무관하게 성립하는 정의라 표 안에서 따로 적었습니다.
3상 합계를 조건 없이 늘 각 상 값 그대로 더해도 되는 것은 유효전력뿐입니다.
무효전력과 피상전력의 3상 합계는 계통이 불평형이거나 파형이 일그러지면
정의가 갈리므로 역시 표에서 따로 적었습니다.
세 상이 평형이고 파형이 정현파에 가까운 계통이라면 선간전압과 선전류로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셋은 서로 다른 식이 아니라, 모두 √3 × 선간전압 × 선전류 라는
같은 출발점에서 나와 끝에서만 갈립니다.
이 출발점의 값은 한 상의 값이 아니라 3상 합계 피상전력입니다.
따라서 여기에 × cosθ 를 곱해 나오는 유효전력,
× sinθ 를 곱해 나오는 무효전력도 모두 3상 합계값입니다.
한 상 값으로 읽으면 세 배로 어긋납니다.
여기의 θ 도 앞과 같은 상전압과 상전류의 위상차이지,
바로 옆에 적힌 선간전압과 선전류 사이의 각이 아닙니다.
그 둘은 30° 어긋나 있어 바꿔 넣으면 값이 틀어집니다.
기호는 자료마다 다릅니다. 이 글은 규격서와 같은 표준 기호 —
무효전력 Q, 피상전력 S — 로 적었습니다.
Pr · Pa 로 적는 자료도 있습니다.
| 이름 | 식 (한 상 기준) | 뜻 |
|---|---|---|
| 유효전력 P | P = V·I·cosθ [W]정현파 전제 |
실제로 일을 한 몫입니다. 이것을 시간에 대해 쌓은 것이 유효전력량 [kWh] 이고, 흔히 「전기를 얼마나 썼나」라고 할 때의 그 값입니다. 3상 합계는 각 상에서 실제로 측정된 유효전력을 더해 구합니다. 계통이 불평형이거나 파형이 일그러져도 이 더하기는 그대로 성립합니다. 옆 칸의 식으로 셈한 값을 더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
| 무효전력 Q | Q = V·I·sinθ [var]정현파 전제 |
일은 안 하고 오갔을 뿐인 몫입니다. 여기의 θ 는 기본파의 위상차이므로, 이 Q 는 고조파가 실어 나르는 무효분까지 담은 값이 아닙니다. 3상 합계는 세 상이 평형이고 파형이 정현파에 가까우면 각 상 값을 그대로 더해도 되지만, 불평형이거나 파형이 일그러지면 각 상 값을 그대로 더할지(산술합), 위상을 살려 더할지(벡터합) 부터 정의가 갈립니다. |
| 피상전력 S | S = V·I [VA]파형과 무관한 정의 |
설비가 흘려보낸 전체 크기이며, 그것이 곧 설비가 견뎌야 하는 크기입니다. 한 상만 놓고 보면 파형이 일그러져 있어도 그 상의 전압·전류 실효치의 곱이 정의입니다. 위 두 칸과 달리 정현파를 전제하지 않습니다. 흔히 쓰는 √(P² + Q²) 는 정현파에서만 같은 값이 나오는 계산법이지 정의가 아닙니다. 3상 합계는 각 상 값을 그대로 더할지(산술합), 각 상의 유효·무효분을 먼저 합쳐 놓고 셈할지(벡터합), 세 상의 전압·전류를 한 덩어리로 묶어 셈할지(등가 피상전력)에 따라 정의가 갈리므로, 세 상이 불평형이면 장비가 어느 쪽을 쓰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셋 중 요금과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유효전력이지만, 청구액이 이 값 하나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쓴 전력량 말고도 일정 구간 안에서 가장 크게 끌어 쓴 전력(최대수요전력 [kW]) 과 역률이 함께 걸리는 계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값을 어떤 구간에서 뽑아 어떻게 셈하는지는 전기공급자의 공급약관(한국전력의 경우 「기본공급약관」)이 정하는 영역이라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감시 쪽에서 할 일은 그 계산의 재료가 되는 값 — 유효전력량, 구간별 최대수요전력, 역률 — 을 빠뜨리지 않고 기록해 두는 것까지입니다. 기록이 없으면 나중에 약관을 펴 봐도 따져 볼 근거가 없습니다.
고조파가 실린 계통에서는 √(P² + Q²) 가 성립하던 전제가 깨집니다.
표의 Q 는 기본파의 위상차만으로 정의한 값이라,
고조파가 실어 나르는 무효분과 차수가 서로 다른 전압·전류가 만드는 몫(왜형전력) 은
그 안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P² + Q²) 로 셈한 값은
실효치의 곱으로 잰 실제 피상전력보다 작게 나옵니다.
모자란 몫(왜형전력)은 그냥 빼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S 에서 √(P² + Q²) 를 빼는 식이 아닙니다.
남는 몫을 D 로 묶어 S² = P² + Q² + D² 로 적는 방식이 널리 쓰이며,
왜형전력의 크기는 D = √(S² − P² − Q²) 로 셈해야 나옵니다.
차수별 성분을 따로 재야 나오는 것은 이 크기가 아니라
그 몫이 어느 차수에서 오는가입니다.
이렇게 셈한 D 안에는 고조파가 실어 나르는 무효분과 왜형분이 함께 걷혀 들어갑니다.
자료에 따라 이 몫을 다시 잘게 쪼개 적는 방식도 있는데,
그때 나오는 「무효전력」은 차수별 무효분을 모두 걷은 값이라
표의 Q 와 같은 양이 아닙니다 — 같은 이름으로 이어 붙이면 안 됩니다.
고조파를 따로 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변압기·전선처럼 전류를 실제로 흘리는 설비는, 유효전력이 아니라 무효분까지 포함한 전류가 용량의 출발점입니다. 출발점은 모두 같은 전류인데, 그 전류를 적는 방식이 설비마다 다릅니다. 변압기는 그 전류에 전압까지 곱해 전력 단위로 환산한 피상전력 [kVA] 로 용량을 매기고, 전선은 전류를 그대로 허용전류 [A] 로 씁니다. 차단기의 정격전류 [A] 도 이 전류에서 출발하지만, 그것만으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위아래 보호기기와의 협조, 뒤에 물린 케이블을 보호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걸려, 부하전류보다는 크게 잡되 케이블이 견디는 범위 안에서 고릅니다.
어느 쪽이든 셈의 출발점이 실제로 흐르는 전류이므로, 무효분이 크면 한 일은 같은데 전선과 변압기에 더 큰 것이 필요해집니다. 여유가 남아 있으면 그대로 써도 되지만, 여유가 없으면 키워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역률이 낮다」는 변위역률 쪽 이야기입니다. 고조파가 실린 계통에서는 무효분이 크지 않아도 왜형분 때문에 총역률이 떨어져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다만 차단기의 정격차단전류 [kA] 는 여기서 빠집니다. 이것은 평소 흐르는 전류가 아니라 그 지점에서 사고가 났을 때 흐를 수 있는 전류(예상 단락전류) 를 기준으로 정하는 값이라, 평소 흐르는 부하전류의 크기로는 끌어낼 수 없습니다. 전동기가 많이 물린 계통이라면 예상 단락전류가 더 커집니다 — 사고 순간 전압이 꺼져도 전동기는 관성으로 돌고 있어서, 잠깐 발전기처럼 동작해 사고 지점으로 전류를 거꾸로 밀어 넣기 때문입니다. 예상 단락전류를 어떻게 셈하고 차단기를 어떻게 고르는지는 별도의 계산이 필요한 영역이라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이 여섯 묶음을 무엇으로 어떻게 재는지는 규격이 정해 두었습니다. 측정 방법을 정하는 것은 IEC 61000-4-30:2025 이고, IEEE 1159-2019 는 측정 방법이 아니라 전력품질 현상을 어떻게 서술·분류하고 감시 결과를 어떻게 읽을지를 다루는 감시 지침입니다. 둘은 역할이 다릅니다. 고조파·인터하모닉 측정 계기는 IEC 61000-4-7:2002+A1:2008, 플리커 계측기는 IEC 61000-4-15:2010 이 따로 정합니다. 규격별로 무엇을 정하는지는 이어지는 글에서 다룹니다.
